1. 언제 한번 식사나… 빈말은 그만

모 그룹의 주력 계열사 전임 홍보실장인 A 씨는 기자들에게 ‘심하다’ 싶을 만큼 깍듯이 인사를 챙겼다. 하지만 기자들은 의외로 그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상대의 처지에 따라 태도가 표변하는 데다, 빈말을 자주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 씨는 기자들만 만나면 “조만간 밥 한번 꼭 먹죠,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실제 그에게 “밥 먹자”는 전화를 받은 이는 힘 있는 매체 기자 몇 명에 불과했다. A 씨는 그 외에도 기자들이 ‘꿈’에 부풀 만한 약속들을 거창하게 늘어놓고는 뒷마무리를 전혀 하지 않아 원성을 사곤 했다.

반면 조운호 웅진그룹 부회장은 사소한 약속도 어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함께 식사를 하다 지나가는 말로 “그것 좀 알아봐 주실 수 있을까요” 하면 어김없이 다음 날 전화해 답을 알려준다.

두원수 하나로텔레콤 상무도 정확한 피드백으로 기자들 사이에 신망이 높다.

프랑스에는 ‘사람은 자기를 기다리게 하는 자의 결점을 계산한다’는 속담이 있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그 사람의 이런저런 단점들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는 것이다. ‘헛친절’은 베풀지 않느니만 못하다.

2. 유머는 노력의 산물

유창순 전 전경련 회장은 유머감각이 탁월하다. 딱딱하고 공식적인 자리도 유 전 회장이 끼면 화기애애해진다. 하지만 그런 유머감각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유 전 회장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를 자기 식으로 소화해 더 유머러스하게 풀어놓는다.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도 뛰어난 유머감각을 자랑한다. 조 부회장은 메모를 통해 유머감각을 유지한다고 한다. 우스운 이야기를 들으면 적어놓았다 적절한 상황에 써먹는다.

김동현 광고단체연합회 부회장은 ‘잡학의 달인’이다. 동서양 역사부터 문학, 미술, 유머, 과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김 부회장이 풀어놓는 이야기는 끝이 없다. 김 부회장 역시 메모를 즐긴다. 매일 다이어리에 그날 읽은 재미있는 이야기, 기억해둘 만한 구절을 기록해놓는 것. 이런 노력에 늘 미소 띤 얼굴, 출중한 글솜씨까지 어우러져 김 부회장은 지인들 사이에서 ‘신사 중의 신사’로 불린다.

유머를 잘 전달하려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서론이 너무 길면 안 된다. 청중이 결론도 듣기 전에 흥미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분명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하는 것도 중요하다. “뭐라고요?” 하는 되묻기가 한두 차례만 반복돼도 김이 새버리고 만다. 이야기를 완전히 숙지하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얘기를 하는 사람이 먼저 웃는 것도 피해야 할 일이다.

3.화 다스리기도 능력

골프장에서 타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매너다.
SK그룹 기업문화실 권오용 전무는 화가 나면 찬물 한 잔을 마신다. 그래도 감정 정리가 잘 안 될 땐 최근 읽은 좋은 책 구절을 되씹으며 평온을 찾는다. 소문난 독서가인 권 전무는 멋진 글이 있으면 중요 구절을 메모하고 지인들에게 e메일로 전달하기도 한다. 지혜와 행복을 함께 나누기 위함이다.

인터콘티넨탈호텔 심재혁 사장은 부하직원의 잘못된 일처리로 마음이 상할 때마다 ‘햇볕정책’을 쓴다고 한다. “한 박자를 늦추는 거죠. 내가 지금 저 사람이라면 심정이 어떨까, 상사가 어떻게 얘기해주면 언짢지 않고 스스로 뉘우쳐 더 좋은 결과를 내올 수 있을까. 일단 그렇게 생각을 잠시 한 뒤, 질책보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상황을 풉니다. 스스로 느끼는 게 중요하죠.”

혼다코리아 정우영 사장은 앞의 사람 모르게 심호흡을 한다고 했다. “숨을 깊이 들이마신 뒤 2, 3초간 가만히 참습니다. 이렇게 한 세 번만 반복하면 마음이 다시 차분히 가라앉아요.”

기쁘고 즐거울 땐 누구라도 매너 좋게 행동할 수 있다. ‘본색’이 드러나는 것은 분노에 휩싸이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인 것이다.

4.매너 없는 상사는 ‘조직의 적’

한 중견그룹 전략실장인 B 씨는 부하직원들로부터 “어쩌면 저렇게 사람 마음을 다독일 줄 모르냐”는 뒷소리를 듣곤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 씨는 뒷심이 없다”거나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다”거나 “밥값을 못하면 내보내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직원은 “성격이 거칠거나 목소리가 큰 것도 아닌데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다.

‘사실’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 내지 실력에 대해 단정적 판단을 내리고 거침없이 내뱉는 것이, 나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런 B 씨인 만큼 부하직원들의 고언을 귀담아듣지 않음은 물론이다.

기본적으로 선하고 똑똑한 이도 ‘역지사지’를 할 줄 모르면 매너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그런 사람일수록 자신의 태도가 어떻게 잘못됐는지, 자신의 부족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조직에 어떤 해악을 끼치고 있는지 까맣게 모르는 경우가 많다.

5.스타일은 인격이다

‘나쁜 스타일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말이 있다. 옷과 표정, 말투 등을 통해 형성되는 한 사람의 이미지는 곧 그 사람의 ‘모든 것’이기도 해서, 어떤 형태로건 자기만의 냄새를 풍기는 편이 더욱 인상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늘 깔끔하고 세련된 외양을 유지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중년 남성 중에는 옷 잘 입고 에티켓을 잘 지키는 것을 쑥쓰럽거나 심지어 피해야 할 일로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표정연구가 정연아 씨는 “내가 아는 한 CEO는 ‘넥타이가 멋지다’는 말을 들으면 다시는 그 넥타이를 매지 않는다고 한다. 외모에 신경 쓰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 자체가 민망해서라고 답하더라”는 일화를 전했다.

6.웃는 얼굴부터 떠오르는 사람

세련된 옷이나 화술로도 감출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표정이다. 늘 미소 띤 밝은 얼굴은 매너의 기본. 하지만 우리나라 40, 50대 남성 중에는 ‘무표정’을 고수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SK텔레콤 조신 전무는 그런 면에서 매우 예외적인 인물이다. 늘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얼굴이 워낙 보기 좋아, 부하직원들로부터 ‘살인 미소’라는 별명까지 받았다. 조신 전무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생각하면 우선 웃는 얼굴부터 떠올리게 된다. 격이 없되 ‘선’을 넘지 않는 매너,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 업무에 대한 열정과 논리적 화술 또한 돋보이는 점.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직원들이 달아놓은 댓글 하나하나마다 다시 일일이 덧댓글을 달아주는 친절함 또한 조 전무를 ‘매너 좋은 사람’으로 기억케 하는 한 요인이다.

7.“얼굴 안 좋다”는 말은 ‘욕’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얼굴이 왜 이렇게 삭았어?” 하는 말부터 꺼내는 사람이 있다. IDC 이종선 대표는 “TV 인터뷰 때문에 살짝 미용실에 다녀왔는데, 여직원이 카메라기자 앞에서 ‘오늘 미용실에서 머리 잘됐네요’ 하고 말해 몹시 민망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괜히 걱정해준다고, 혹은 칭찬해준다고 하는 말이 듣는 이에겐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일이다.

한편 같은 학교 선후배라고 해서, 얼굴 한두 번 봤다 해서 무조건 “말 놓지” 하고 나서는 것도 무례다. 상대방으로서는 싫어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일. 또 탈모증이 있는 사람에게 “앞이 훤하십니다” 하고 인사하거나, 살이 쪄 고민인 사람에게 “왜 이렇게 몸이 났어?” 하고 묻는 것 또한 실례가 아닐 수 없다.

8. 대화, 잘 듣고 잘 묻는 이가 최고

매너 컨설턴트들은 좋은 대화의 제1법칙으로 ‘경청하기’를 꼽는다. ‘예라고’ 허은아 대표는 “듣기를 강조한 대화요령 중에 123화법이란 것이 있다. 1만큼 말하고, 2만큼 들어주며, 3만큼 맞장구를 쳐주라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맞장구쳐 주는 방법으로는 메모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잘 듣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칭찬을 많이 하는 것.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지만 칭찬은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침이 없다. ‘아부’가 무언가 얻으려는 속셈에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면 칭찬은 실제 있는 사실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화 주제도 중요하다. 정치·종교 얘기는 피해야 할 일. 여성이 끼여 있을 땐 지나친 성적 농담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 자리에선 같이 웃어준다 해도 뒤돌아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마련이다.

9.‘열린 지퍼’를 어떻게 할까?

앞에 앉은 이의 바지 지퍼가 내려가 있거나, 이 사이에 고춧가루가 끼여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지적하자니 민망해할 것 같고, 가만있자니 다른 사람 앞에서 망신당할까 걱정이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허은아 대표는 “지적하지 않는 것이 매너”라고 말한다. 허 대표는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잠시 고민하다 가만히 있기로 했다. 대신 가능한 한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내 몸이나 가방으로 슬쩍 가려주었다”고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실수를 상대에게 꼭 알려주고 싶으면 자신이 먼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하거나 거울을 살짝 꺼내보는 것도 방법이다. 상대편도 따라 화장실에 가고 거울을 보다 실수를 깨달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출처 : [직접 서술] 에듀아이코리아 CEO 신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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